기사 원문링크 :
http://news.moneytoday.co.kr/view/mtview.php?no=2023061214245263264&type=2
[머니투데이 런던(영국)=권다희 기자] [배터리 전쟁1 공급망 재편의 위기와 기회] ⑦ '배터리전쟁' 저자 베드나르스키 S&P글로벌 애널리스트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 배터리 산업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정학적 요인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머니투데이가 해외공급망 취재와 독일 완성차 기업, 영국의 시장 분석가 등 외부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보는 시각 등을 전달하고 한국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살펴 봅니다.
"한국,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약 5년간은 여전히 배터리(이차전지) 제조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2030년경엔 전반적으로 배터리 산업 공급망이 더 광범위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S&P 글로벌에서 리튬 및 배터리 금속을 담당하는 루카스 베드나르스키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11일 런던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중일' 3국이 장악한 배터리 제조 시장이 앞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는 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리튬을 포함한 배터리 금속 시장에 정통할 뿐 아니라 유럽을 기반으로 배터리 산업을 살피는 시장 전문가다. 한국에선 배터리 산업 공급망을 소개한 저서 '배터리 전쟁: 리튬부터 2차 전지까지, 누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차지할 것인가'의 저자로 이름을 알렸다. 한국 매체와의 첫 대면 인터뷰를 통해 제3자의 관점으로 보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들었다.
━
"IRA, 미와 FTA 맺은 국가 배터리 산업에 기회…中 배터리 금속 제련 강력"
━
그의 저서가 출간된 2021년 후 배터리 산업에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했다. 지난해 8월 발효된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다. 그는 IRA의 도입이 테슬라의 등장만큼 전기차와 배터리 밸류체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IRA는 미국의 배터리 경제가 실제로 도약하는 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한 가지 중요한 점은 특정 국가에게 IRA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라 했다. 그가 말한 특정 국가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다. IRA가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이 북미산이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가공한 광물을 40% 이상 사용할 경우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그는 이 기회의 대상 중 한 곳으로 한국을 꼽았다. 그는 "배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존재하면서 미국과 FTA를 맺고 있는 국가는 거의 없다"며 "한국과 칠레 정도가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EU는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아 그(수혜 대상) 중 하나가 아니"라며 "한국은 이 기회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하며 칠레산 리튬의 대미 수출도 더 늘어날 것"이라 했다.
미국과 EU 정부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의도의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의 금속 제련 생산시설을 대체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란 점을 짚었다. 그는 "중국은 국내에서 리튬을 많이 생산하지 않고 주로 호주 등에서 수입한다"며 "하지만 중국의 금속 정제 부문은 매우 강하다"고 했다. 중국은 배터리 핵심 재료인 리튬이나 코발트를 탄산리튬 수산화리튬이나 수산화코발트 등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전세계에서 80% 이상 담당한다. 호주, 칠레 등 리튬 최대 생산국들의 광산 지분을 수년전부터 확보하고 중국 내에 대규모의 제련 시설을 구축해 온 결과다. 그는 "유럽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싶다면 유럽에 금속 제련 시설을 건설해야 한다"며 "정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아직 실질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은 그렇게 강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또 영국과 EU에서 금속 정제 부문의 발전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은 환경규제"라며 "광업이나 화학 처리 시설에 대한 허가를 받기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제조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금속 제련은 기술 측면에서 어려운 건 아니나, 실제로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량과 품질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건 시행착오로 완성되는 '경험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는 "리튬 정제소를 건설 할 때 정제소가 완공 된 후 생산 측면에서 최대 용량을 얻는 데 약 2년이 걸린다"며 생산시설의 교정에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구 국가들이 정제 공장을 건설한다면 중국이 할 때 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렇게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
북유럽에서 배터리 기업 나오는 이유 "저렴한 청정전력"
━
현재 한국, 중국, 일본 기업들이 전세계 배터리 제조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 구조가지속 될 것으로 보는 지에 대해서는 "한국,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앞으로 몇 년간, 약 5년간은 여전히 우위를 점할 것"이라면서도 "2030년경엔 총체적으로 배터리 산업 공급망이 더 광범위해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유럽에 스타트업 단계의 유망한 기업들이 있고, 스웨덴 노스볼트, 노르웨이 프레이어 등 북유럽 배터리 기업들이 지금 보다 성장할 수 있어서다. 올해 초 영국 배터리 제조업체 브리티시볼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사례 처럼 여전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는데 청정전력을 쓸 수 있는 환경이 핵심이 될 수 있다 봤다. 현재 단계에서 유망한 기업으로 분류되는 유럽 배터리 기업들이 저렴한 청정발전원인 수력을 풍부하게 보유한 스웨덴, 노르웨이에서 나온 게 우연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배터리 제조를 유럽에서 하면 아시아보다 더 비쌀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유럽 제품이 어떻게 매력적일 수 있는가와 관련, 유럽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라 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더 비싸더라도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제품에 프리미엄을 지불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배터리 산업이 (지리적으로) 더 확산되고, 전세계 여러 곳에서 더 많은 경쟁과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며 "2030년경에는 (아시아 기업들이) 미국, EU와 더 많은 경쟁을 보게 될 것"이라 했다.
한국 배터리 기업이 중국, 일본 기업 대비 갖고 있는 경쟁우위에 대해서는 "한국 배터리 산업의 장점은 일본의 품질과 중국의 대량 생산이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도 흥미로웠다"며 "전 세계가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생산 능력 확장이 둔화됐지만 한국만 유일하게 생산능력을 계속 늘리던 국가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들의 생산 증가가 둔화할 때 한국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일본 업체들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가장 도전이 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기술력 제고를 꼽았다. 그는 "중국이 R&D에 점점 더 중점을 둔다"며 "그들(중국 기업들)은 점점 더 혁신적이 되고 있고, 힘든 경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업계, 리튬이온 배터리 유지하려는 관성 있을 것…대체기술 10년 내 어려워"
━
배터리 공급망의 수직계열화 추세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일어나겠지만 전면적이긴 어려울 거라 내다봤다. 전문화가 기업의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는 방안이어서다. 그는 "광산을 운영하는 기업은 광물 제련도 함께 하려고 한다"며 "정치인들 역시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는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공급망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지겠지만 모든 단계를 수직적으로 통합하는 광범위한 움직임은 드문 일"이라며 아직은 전문화가 더 낫다고 보는 기업들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가 자체 배터리 제조에 뛰어들며 기존 배터리 업체와 경쟁이 고조될 것인 지 여부에 대해서도 '현재 배터리 기업간 벌이고 있는 형태의 심각한 경쟁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는 "만약 완성차 기업이 우수한 배터리를 만들게 되면 자체 전기차에 탑재할 인센티브를 갖게 될 것"이며 동시에 "다른 완성차 업체의 입장에선 경쟁업체로부터 직접 주문하기를 꺼릴 수 있다"고 했다. 폐배터리 분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EU가 도입한 '배터리 여권'과 관련, "배터리를 EU 시장에 출시하려면 배터리의 원자재 중 일정량이 재활용에서 나온 것이어야 한다"며 "큰 변화가 될 것"이라 했다.
한편 리튬이온 배터리가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로 대체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음 단계는 전고체 배터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른 많은 기술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성능과 내구성 등의 개발 측면에서 볼 때 리튬이온 기반 기술의 성능에 거의 근접하지 못 한 상태인 만큼 향후 10년 안에는 리튬이온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그는 "기술 특성 외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역량에 이미 투자 된 것 때문에도 그렇다"며 "리튬이온 기술을 지원하는 거대한 산업이 전세계에 구축되고 있고, 투자자는 수익을 원하기 때문에 한동안 리튬이온 기술을 유지하려는 산업의 관성이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